[경기도 부부 독립운동가를 찾아서] 6.한국광복군 박영준·신순호 부부
[경기도 부부 독립운동가를 찾아서] 6.한국광복군 박영준·신순호 부부
  • 김형목 ㈔선인역사문화연구소 연구이사 webmaster@kyeonggi.com
  • 입력   2021. 07. 28   오후 8 :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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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어 독립운동 뛰어든 박영준, 中과 교섭 총·수류탄 구입 외교적 성과
만주지역 항일운동 이끈 선각자로... 임시정부서 근무하던 신순호와 결혼
김구·민필호 등 임정 요인들이 축하, “나라잃은 설움 잊고 하나된 순간” 회고
신순호 박영준 결혼사진
신순호 박영준 결혼사진

박영준은 1915년 11월1일 중국 용정시에서 독립유공자 박찬익의 4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독립운동에 나서게 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 박찬익은 관립상공학교와 수원농림학교에 재학 중 국권회복을 위한 모의를 여러 차례 하다 퇴학을 당했다. 이후 신민회에서 활동하면서 대종교에 입교해 만주로 망명, 서일 등과 중광단을 조직해 항일무장세력 결성에 힘썼다. 박찬익은 중국과 교섭을 벌여 총 300정과 수류탄 150발 등을 구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외교적 성과는 임시정부 외교관으로 능력을 발휘하는 밑거름이 됐다. 박찬익은 독립군 양성의 요람지인 신흥무관학교에서도 중국어와 한국 역사를 가르치는 등 민족의식과 항일의식을 고취하는 데 열정적이었다. 대한독립의군부 창설과 대한독립선언서 발표에도 참가하는 등 만주지역 항일운동을 이끄는 선각자였다.

상하이 임시정부와 임시의정원 수립에도 참여했다. 임시정부 후원회 의원과 임시의정원 의원 등을 맡으며 ‘외교창구’ 역할을 자임했다. 독립운동가들의 석방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봉창과 윤봉길 의거 이후 안공근과 엄항섭 등과 외교 교섭을 진두지휘했다. 김구와 장제스 회담을 성사시키는 동시에 한국인들의 중국 군관학교에서 군사훈련을 받을 수 있는 단초도 마련한 주인공이 바로 박찬익이다.

■아버지 따라 항일 연극ㆍ강연 진행…광복활동 전개하다 결혼까지

박찬익이 바쁘게 독립운동을 펼치다 보니 박영준은 어린 시절 부친의 얼굴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러다 15살인 1930년 상하이에서 아버지와 다시 만났다. 아버지의 희망에 따라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가담하면서 항일 연극과 강연, 합창, 전단을 배포하는 등 반전의식과 항일의식을 고취했다. 또 초모공작 활동에도 앞장섰다. 임시정부의 인재양성 계획에 따라 중국중앙군관학교 특별훈련반에도 입교해 1941년 12월에 졸업했다.

중앙군관학교에 재학 중 한국광복군이 창설되자 그는 광복군 제3지대에 배속돼 지대장인 김학규의 부관이 됐다. 이들은 일본군에 강제로 징집됐던 한국사병들을 초모하기에 진력, 다수의 학병ㆍ지원병과 징집병을 포섭하고 이들을 충칭 총사령부로 보내 한국광복군에 배치시켰다.

1942년 4월부터는 상위(上尉)를 맡아 충칭에 있는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서무과에 배속돼 근무했다. 이후 임시정부 한인청년회 문화부장과 총사령부 서무과장 등을 맡았다. 이때 신건식의 딸이자 독립운동가인 신순호와 만나 열애 끝에 결혼했다. 1944년 6월에는 이시영 재무장으로부터 위임장을 받고 임정 재무부 이재과장(理財科長)으로 근무했다.

결혼증서
결혼증서

■주화대표단 일원, 동포 귀국에도 앞장

그 후 박영준은 만주로 가서 대한민국 주화대표단 동북 총판사처 외무주임으로 근무하며 자위대를 조직했다. 광복 후에도 한국인을 보호하면서 이들이 조국으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주선한 다음 1948년에야 귀국했다. 국군 소령으로 임관돼 6ㆍ25전쟁이 발발하자 장교로서 참전한 그는 초대 정훈감을 지냈다. 한국전력사장에 임명된 후 군직을 퇴직해 광복군 동지회장, 서울증권사장, 백범기념사업회장을 역임하다가 2000년 3월27일 경기도 성남시에서 사망했다.

 

■‘산동 신씨’의 외동딸로 독립운동 전선 뛰어들다

신순호는 1922년 1월22일 충청북도 청주군 가덕면(현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인차리에서 독립유공자 아버지 신건식과 어머니 오건해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상하이 독립운동 기반을 마련한 예관 신규식의 조카로 본관은 고령이다.

부친 신건식은 독립운동가 신규식의 동생으로, 독립운동 당시에는 신환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른바 산동 신씨는 문중 개화의 길을 걸으며 많은 인재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산동삼재(山東三才)로 일컬어진 신규식ㆍ신채호ㆍ신백우 등은 대표적 인물이다. 신건식은 형 신규식을 따라 상하이로 망명해 항저우 의약전문학교에 입학, 의학을 공부했다. 이는 후일 그가 중국군 의무 장교로 활동하는 기반이 됐다.

신순호는 4살의 나이로 어머니와 함께 상하이로 망명해 아버지와 처음 만났다. 근대교육을 수학하던 중 집안 분위기에 따라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해 한중 연대에 의한 항일운동에 나섰다. 한국광복군이 창립됐을 땐 오광심ㆍ김정숙ㆍ조순옥과 함께 여군으로 참가했다. 이는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와 더불어 여권 신장을 일구는 든든한 밑거름이나 마찬가지였다. 신순호는 1942년 9월 임시정부 생계위원회 회계부에 파견돼 근무했으며, 1943년께 독립운동가 박찬익의 아들이자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서무과장이던 박영준과 결혼했다. 임시정부 외무부 정보과에 파견돼 근무하던 중 광복을 맞았다.

■“나라 잃은 설움 잊고, 모든 사람이 기쁨으로 하나된 결혼식”

이들 부부의 인연은 시작부터 특별했다. 박영준이 17세에 상하이로 건너갔을 당시 기거하던 곳이 신순호의 아버지 신건식 집이었다. 처음 만난 후엔 한국광복진선에서 같이 활동했다. 만리장정을 헤쳐온 임시정부 가족들은 충칭 토교에서 한층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1943년 12월12일 충칭 오사야항 임시정부 강당에는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임시정부의 요인들과 많은 한인 동포들이 모였다. 외무부장인 조소앙의 사회로 결혼식은 시작됐다. 주례를 맡은 백범 김구와 민필호ㆍ조완구ㆍ김원봉ㆍ김성숙 등 각 당 대표들의 축사가 있었다. 단상에 오른 박찬익은 떨리는 음성으로 “가정을 가져서 다섯이나 되는 자식을 두었지만 자식 놈의 결혼식에 참석해 보기는 오늘이 처음이고 또 마지막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신랑 박영준은 이 말을 들으며 만주에 두고 온 어머니와 형제를 떠올라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박영준은 훗날 자서전에서 자신의 결혼식을 “나라 잃은 설움도 잠시 잊고 모든 사람이 하나가 돼 기뻐하던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부부 합장묘(국립현충원 애국지사묘역)
부부 합장묘(국립현충원 애국지사묘역)

■해방 이후에도 한인 동포 귀국에 온힘

박영준ㆍ신순호 부부는 동지로서 함께 독립운동을 하다 해방을 맞이했다. 이들은 신건식, 박찬익과 한인 동포의 귀국 문제를 처리하는 주화대표단 임무를 맡고 있어서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1948년 4월에야 국내에 들어왔다.

정부는 1977년 박영준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 2000년 그의 유해를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했다. 신순호는 귀국 이후 남편을 따라 생활하다 성남시에서 조용히 지내며 2009년 7월30일 사망했다. 정부는 1977년 건국포장에 이어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했다. 2009년 그녀의 유해는 남편 박영준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됐다.

김형목 ㈔선인역사문화연구소 연구이사

사진=국가보훈처 등 제공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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