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숨 막히는 ‘불볕더위’…거리 위 노숙인의 하루
[현장, 그곳&] 숨 막히는 ‘불볕더위’…거리 위 노숙인의 하루
  • 장희준 기자 junh@kyeonggi.com
  • 입력   2021. 07. 27   오후 6 :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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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27일 낮 수원역 앞 광장에서 노숙인이 더위를 피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있다. 조주현기자
경기도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27일 낮 수원역 앞 광장에서 노숙인이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땀에 절다 못해 하얀 염분기가 가득 맺힌 반팔, 갈아끼지 못해 때가 탄 일회용 마스크. 거리 생활 3년차 김순오씨(52)는 더위에 지쳐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 것마저 포기한 듯 보였다. 대신 선교단체에서 나눠준 얼음 생수병을 몸 곳곳에 문지르며 열을 식혔다.

경기도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27일 오전 10시께 수원역 앞 광장에선 노숙인 열댓명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였다. 해가 떠오르며 그늘의 위치가 바뀌면 열기를 피해 자리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햇빛이 김씨의 ‘안식처’를 넘보자 그도 박스를 들고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찬물 세수라도 할 요량으로 공중화장실을 찾았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이내 비교적 시원한 대리석 단상에 자리를 잡은 김씨는 이글이글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바라보며 물을 아주 조금씩 들이켰다.

전날 오후 6시까지 도내 온열질환자는 161명으로, 여름의 초입에서 작년 환자 수 173명에 다다랐다. 지난 16일 양주에서 작업을 하다 쓰러진 60대 남성은 결국 숨을 거뒀다. 경기도에서 폭염으로 사망자가 나온 건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야외에서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에 지장이 생길 정도지만, 갈 곳 없는 노숙인은 가마솥 같은 찜통더위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온종일 땀을 쏟아내고 배를 곯는 날도 부지기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다수의 지역에서 무료급식이 끊긴 데다 아직 배식을 하는 곳이 있다 해도 폭염을 뚫고 먼 거리를 이동하기란 쉽지 않다. 노숙 6년째인 정한수씨(61)는 지난밤 극성을 부린 모기 탓에 잠을 설치다 아침 도시락 배급을 놓쳤다. 점심을 주는 교회까지는 폭염을 뚫고 2시간은 족히 걸어야 하는 탓에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정씨는 “작년 여름에 갔던 무더위 쉼터로 찾아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닫았다”며 “낮엔 더워서 아무것도 못하겠고, 해가 지면 모기가 온몸을 물어뜯어 정말이지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식사는 아침, 저녁으로 최대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며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어 매일 얼음 생수 등을 나눠드리고 있다”며 “감염병 사태에 폭염까지 겹친 상황인 만큼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경기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폭염 관리체계 운영에 나섰다. 노숙인, 홀몸노인 등을 찾아 건강이상을 확인하고 무더위 쉼터도 7천곳 이상 확대 운영키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수원의 경우 모두 문을 닫는 등 지역마다 운영 여부는 천차만별인 상황. 보다 세심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홈리스행동 관계자는 “거리 노숙인은 폭염에 24시간 그대로 노출돼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며 “코로나19 이후 끼니 해결에 곤란을 겪는 건 물론 의료지원에서도 벗어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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