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위한 ‘전직 대통령’ 사면...경제 위한 ‘삼성 이재용’ 사면
[사설] 정치 위한 ‘전직 대통령’ 사면...경제 위한 ‘삼성 이재용’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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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문재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사면을 부인했다. 신년 기자회견서 밝힌 표현이 상당히 단호하다. 사면권 행사의 한계도 설명했다. “(법원) 선고가 끝나자마자 사면을 말하는 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그런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성이 없는’ 사면 반대도 ‘국민 상식’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여당 대표에 의해 신년 벽두에 던져진 화두다. 이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이라 평가한다. 방향도 적절했다.

전직 대통령 사면은 옳지 않다. 사면하면 안 된다.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의 형량은 무기징역ㆍ17년이었다. 김영삼 정부 사법부가 내린 처단이었다. 그 형량을 사면한 것도 김영삼 정부였다.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ㆍ20년을 선고받았다. 문재인 정부 사법부에 의한 판결이다. 이들을 문재인 정부가 사면하자는 얘기다. 또 한 번 ‘처벌한 정권이 사면의 은총까지 내리자’는 얘기다. 형량이 정치 도구인가.

내친김에 다른 사면을 말해 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공교롭게 어제 법정구속됐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다.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란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와 4세 경영 포기, 무노조 경영 중단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형 선고를 면하지 못했다. 판결을 존중한다. 판결에 낼 논평은 없다.

걱정은 다른 곳에 있다. 나라 경제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국제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 경제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책임 경영 부재가 가져올 경영 난맥도 걱정이다. 신사업 진출 등 의사 결정이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판결 직후 이런 우려를 표명했다. 대기업의 틀에 박힌 엄살이 아니다. 주식 시장과 현물 시장이 그렇게 반응한다.

이 부회장 측이 파기환송심 선고에 불복할 순 있다. 대법원에서 판단을 다시 받는 경우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무죄에 관한 판단을 그대로 따랐다면 파기환송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형사소송법상 징역 10년 미만 사건에서 양형 부당을 이유로는 상고할 수도 없다. 총수 부재 삼성이 2년6개월간 현실화될 게 거의 틀림 없다. 새해 벽두부터 사면을 붙들고 안달하는 정치권에 묻고 싶다.

‘돈 받은’ 박 전 대통령과 ‘돈 빼앗긴’ 이 부회장이다. 어떤 사면을 먼저 고민해야 하나. 지지자들이 원하는 박 전 대통령과 취업자들이 원하는 이 부회장이다. 어떤 사면을 먼저 얘기해야 하나. 국내 정치가 달린 박 전 대통령과 국제 생존이 달린 이 부회장이다. 어떤 사면을 먼저 따져봐야 하나. 문 대통령이 사면의 전제를 밝혔다. 국민의 공감대가 우선이라고 했다. 이 경우 국민 공감대는 어느 쪽에 있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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