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신년특집] 문화예술인이 바라본 ‘비대면 시대’
[2021신년특집] 문화예술인이 바라본 ‘비대면 시대’
  • 권재민 기자 ohtaku@kyeonggi.com
  • 입력   2021. 01. 03   오후 6 : 52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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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행사 중단 ‘고통의 시간’ 떨쳐내고
도내 민ㆍ관 예술인 온라인 기획 돌파구
수원시립미술관, 야심찬 언택트 문화행사
‘SUMA MUSEUM DAY’ 새길 개척

코로나19 시대에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단연 ‘비대면’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대다수 대면행사가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비대면 시대가 가져온 지난 1년 간의 트렌드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혁명’이자 ‘천지개벽’과도 같았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예술의 순수성 훼손’과 ‘세대ㆍ정보ㆍ기술격차’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이에 경기일보는 전시, 공연, 디자인 등 각 분야에서 종사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들이 바라보는 비대면 시대란 어떤 변화가 찾아 온 시대인지, 앞으로의 문화예술계 비대면 트렌드는 어떻게 흘러갈지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 얼어붙은 도민 마음 녹여준 ‘랜선’ 문화행사
지난해 도내 민ㆍ관 예술인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기약없는 기다림 속에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문화행사를 열며 지친 도민을 위로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해 언택트 문화행사 ‘SUMA MUSEUM DAY’ 시리즈를 기획했다. 지난 6월에 연 <첼리스트 문태국이 만난 백영수>와 10월에 연 <내 나니 여자라>는 전시와 클래식, 연극, 음악 공연을 결합해 비대면 시대도내 문화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수원시립공연단도 정기공연 <그 여자의 소설>과 <사랑을 주세요>를 녹화 후 공연단 유튜브에 공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관객과의 직접적인 호흡이 힘든 만큼 영상화라는 고육지책을 썼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민간 차원에서의 비대면 문화행사도 보고 느낄 거리를 제공했다.
수원 소재 전시 기획사 티엔아트컴퍼니는 ‘랜선 전시’로 작가와 관객 간 교류를 넘어서 국가와 국가 간 교류에 성공했다.
티엔아트컴퍼니가 지난 10월에 수원 고색뉴지엄에서 연 <세계 아티스트 문화 교류 페스티벌>은 수원과 국제 자매도시인 프라이부르크(독일) 등 10여개 국 도시의 협조를 받아 열렸다. 해당 도시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해외 작가 50명이 저마다 작품 수십여점을 화상 비디오 서비스인 ZOOM으로 선보여 각 문화 특유의 감성과 랜선 감성을 엿볼 수 있었다.
용인과 평택, 수원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앙상블 디그의 ‘랜선 공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지난 2016년부터 매년 각 분기별 대면 공연을 열어 온 앙상블디그는 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수원문화재단의 지원 사업인 <언택트 하모니>로 랜선 너머 합창을 열었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은 “앞으로 문화예술 분야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보이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라며 “전통적인 방식은 물론 디지털로 관람객과 호흡할 수 있는 고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비대면 이면에는 문화예술인의 ‘눈물’
지난해 도내 각지에서 열린 비대면 문화예술 행사는 도민을 위로하며 막을 내렸지만 여러 숙제도 남겼다.
방역 지침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공연 준비는 물론, 비대면 행사 준비부터 행사 후 수익 창출까지 모든 면에서 경험해 본적 없는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립공연단은 코로나19 확산세로 지난해 정기공연중 2편은 비대면 전환했고 1편은 전면 취소했다. 상황이 이
렇다보니 제작비, 분량, 연출 측면에서 리스크가 적은 공연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연습의 질적 하락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마스크와 비말 방지용 패널까지 얼굴에 착용해야 해 대사, 표정 연기를 온전히 연습할 수 없었다.
민간 문화예술 영역도 다르지 않았다. 앙상블디그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직후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정기 공연을 이어가려 했지만 음질과 화질, 관객과의 소통 문제로 지속할 수 없었다. 유튜브 스트리밍을 고려했지만 장비 활용법과 가격 문제로 한 해 동안 공연을 할 수 없었다. 도민을 대상으로 한 음악 수업도 비대면으로 열리다보니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아 적지 않은 애로를 겪었다.
조유림 디자이너도 “비대면 트렌드로 문화예술 행사가 간소화 됐지만 오히려 3D 패션쇼, 유튜브 스트리밍 장비 등으로 문화예술인의 금전적인 부담은 더 늘어났다”라며 “공공차원에서 전 연령에 걸친 문화예술 콘텐츠의 비대면 활용방안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기술·제도적 변화 함께해야”
전문가들은 문화예술계가 비대면 시대를 맞이하려면 예술의 기본인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서는 기술ㆍ제도적 변화도 함께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장용휘 수원여대 연기영상과 교수는 “연극의 경우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순간 TV, 영화와 연극 중간에 있는 별개 장르라고 여겨야할 정도로 대면ㆍ비대면 여부가 중요하다”라며 “단순 연극 녹화가 아닌 콘텐츠를 위한 연극 촬영은 훨씬 섬세한 표정, 비언어적 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상향평준화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교육면에서 비대면 수업은 발성, 신체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실기도 독백 위주로 할 수 밖에 없다”라며 “전면 대면ㆍ비대면을 논하기 보다는 비대면 콘텐츠를 할 수 있는 영역을 설정해 점진적으로 비대면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혜숙 평택대 패션디자인및브랜딩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문화 행사의 비대면화로 문화계의
국제 트렌드는 약 10년 정도 앞당겨졌다”라며 “생각보다 빨리 비대면 시대가 도래한 만큼 각 예술인은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비대면 요소와 어떻게 결합해야 할 지 고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 대학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는 “비대면 시대가 진행될수록 대면을 향한 관람자의 욕구는 오히려 강해져 공연ㆍ전시의 본질인 순수성을 강조한 콘텐츠가 지속 생산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비대면 트렌드는 그 동안 대면 공연ㆍ전시의 무분별한 외적 팽창과 과열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비대면 플랫폼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기술ㆍ제도적인 교육 도입은 물론 연관 사업과 프로그램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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