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집까지 참고 가요”…성범죄 온상으로 전락한 공중화장실
“차라리 집까지 참고 가요”…성범죄 온상으로 전락한 공중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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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수원역 인근 로데오거리 내 공중화장실 5곳은 모두 비상벨이 없는 데다 입구에 따로 CCTV도 설치되지 않았다. 3곳은 아예 불도 들어오지 않아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의존해서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특히 한 상가의 공중화장실은 지난 5월 몰카 범죄가 발생했지만, 따로 보완된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건물 내 입점한 식당의 종업원은 여성 이용객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어 경찰을 통해 내부를 확인한 수원역 역사의 공중화장실 2곳은 비상벨이 모두 설치돼 있었지만, 이용객들은 시설이 낡은 탓에 비상벨이 있어도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역사 내 공중화장실에서 만난 김예승씨(29ㆍ여)는 “낡은 곳은 비상벨이 있다 해도 문 틈 사이가 벌어졌거나, 이곳저곳 구멍이 난 곳이 의심스러워 더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안양역 인근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른바 ‘안양1번가’라 불리는 비교적 노후한 골목에서 발견한 공중화장실 7곳은 모두 비상벨 등의 안전 장치가 없었다. 심지어 2곳은 남녀 공용 화장실이었지만, 칸막이만 있을 뿐 천장 부근으로 연결되는 등 별도의 분리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얇은 나무 판자 하나를 놓고 바로 옆에서 이성과 화장실을 같이 이용해야 하는 불쾌한 환경이었다.

공중화장실이 성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해 이용객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공중화장실 내 성범죄는 3천180건으로, 이 가운데 41.9%에 달하는 1천334건이 경기지역에서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5년 825건, 2016년 786건, 2017년 658건, 2018년 1천253건, 2019년 1천269건으로, 2018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성범죄를 유형별로 보면 몰카 범죄라 불리는 카메라 등 이용촬영이 2천458건(77.3%)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강간ㆍ강제추행 등 강력 성범죄도 760건에 달했다.

특히 법무부가 지난 20년간 성범죄자를 분석한 ‘2020 성범죄백서’를 참고하면 성범죄자 10명 중 4명(44.8%)은 공중화장실에서 재범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이용객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대안으로 제시되는 비상벨 설치도 미비하다. 지난 9월 기준 경기도 내 공중화장실 1만689곳 중 비상벨이 설치된 건 불과 1천960곳(18.3%)이다. 이는 전국 평균 수치인 22.6%에도 미치지 못하며 인접한 서울(36.7%), 인천(29.7%)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비상벨 설치나 주기적인 몰카 점검, 남녀 칸 분리 등은 이제 상식적인 일이 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조명을 설치하고 입구에 CCTV를 마련하는 등 환경적으로 애초 범죄자들이 범행 장소로 선택하지 못하게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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