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94건)

반달 민금순 보이지 않는 쪽도달이 있어요.말하지 않아도아빠가 나를사랑하는 것처럼늘 바빠서밤에만볼 수 있는아빠는 숨은 반달. 보이지 않아도 빛나는 아빠의 사랑꽉 찬 보름달도 보기 좋지만, 반쪽만 나온 반달도 그에 못지않게 곱다. 아니, 오히려 반쪽만 나온 달이 보는 이의 마음에 그리움을 더한다. 그래서인가, 예부터 시인들은 반달이나 초승달을 즐겨 노래해왔다. 민금순 시인 역시 반달을 통해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반쪽을 이야기한다. ‘보이지 않는 쪽도/달이 있어요.//말하지 않아도/아빠가 나를/사랑하는 것처럼//’. 아이는 반쪽만

문화 | 윤수천 아동문학가 | 2021-10-26 11:11

문패 김재수들며 나며 늘바라보이는 곳에문패 하나 걸었다아버지 이름 바로 곁에보이지 않는 또 다른문패 하나볼 수도 없고만날 수도 없어가물가물 잊혀 질 것 같은엄마 얼굴들며 나며가장 잘 보이는 곳못 꽝꽝 박아문패 하나 걸었다.누군가 간절히 생각나게 하는 가을엄마가 돌아가신 모양이다. 그렇지만 아이는 엄마를 붙잡아 두고 싶다. 그 마음이 요 동시를 낳았다. 비록 마음일망정 아버지 문패 곁에 엄마 문패를 단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는 엄마와 함께 살고 싶은 것이다. ‘볼 수도 없고/만날 수도 없어/가물가물 잊혀 질 것 같은/엄마 얼굴

문화 | 윤수천 아동문학가 | 2021-10-12 17:47

세상에서 제일 큰 피자 이경덕 노을진 산 위에걸려 있는피자 한 판전 세계 어린이들함께먹음직한피자 한 판. 노을을 피자로 만드는 상상력노을처럼 아름다운 광경도 없으리라. 황홀하다 못해 처연한 핏빛 노을을 바라보노라면 왠지 눈물이 나곤 한다. 그런데 이경덕 시인은 놀랍게도 노을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로 보았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큰 피자라고 했다. 너무도 엉뚱한 비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노을=피자’. 이런 게 곧 시의 상상력이다. 이 동시를 읽은 아이는 커서도 노을을 보면 미소를 지을 것이다. 피자 한 판이 떴다고. X구멍

문화 | 윤수천 아동문학가 | 2021-09-28 16:39

고맙지 최영재 내 손으로 밥 먹고내 발로 걸어 다니니고맙지.새소리 들으며 가을볕 쬐고 앉아노란 은행나무 바라보니고맙지.-하하하, 할머니그까짓 게 뭐가 고마워요?너의 존재만으로도 고맙지가을볕 아래 할머니와 손자가 나란히 앉아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뜬금없이 할머니가 뚱딴지같은 말을 한다. 내 손으로 밥 먹고 내 발로 걸어 다니니 고맙다고. 그러자 듣고 있던 손자가 깔깔대며 할머니를 쳐다본다. 그까짓 게 뭐가 그리 고맙냐고. 그럴 만도 하다. 손자가 할머니를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어리다. 할머니는 말없이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문화 | 윤수천 아동문학가 | 2021-09-07 12:45

마술 조영수 돼지저금통이마술을 부렸다아프리카에 가서염소 한 마리 되었다배고픈아이에게 젖 나눠주는젖엄마가 되었다한푼 두푼 정성이 부린 ‘마술’푼푼이 모은 돈이 아프리카 아이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었다는 참 아름다운 동시다. 이를 시인은 ‘마술’이라고 했다. ‘돼지저금통이/마술을 부렸다’. 요 첫 구절이 눈길뿐 아니라 마음까지를 확 잡아챈다. 시의 첫 구절은 요래야 맛이 난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 하나를 던졌을 때 나는 ‘퐁당!’ 소리처럼 딱 한 마디를 던져야 한다. 어디 맛뿐인가. 시가 주는 의미는 더욱 그윽하고 예쁘다. 돼지저금통

문화 | 윤수천 아동문학가 | 2021-08-24 14:02

솟대에게 박상재높은 장대 끝에 앉아바람에 멱감는 나무새마을이 잘 되기만 바라보며한 자리만 지켜온 새푸른 하늘을 훨훨 나는뭇새들 볼 때마다너도 날개 퍼덕이며마음껏 펄펄 날고 싶겠지모두가 잠든 깜깜한 밤엔아무도 몰래 날아보렴하늘새 솟대야한 자리를 지키는 외로움솟대는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위하여 마을 입구에 세우는 나무새다. 신앙물(信仰物)인 이 솟대는 어느 것 할 것 없이 높은 장대 끝에 앉아 있는 게 특징이다. 높이 앉아 멀리 보라는 뜻에서였을까? 솟대를 볼 때마다 몹시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은 솟대를 통해 한 자리를 지키

문화 | 윤수천 | 2021-08-10 10:40

여름 한나절 진순분 맴맴맴 뙤약볕에매미울음 높아지고온 들판 타닥타닥곡식이 여무는 소리햇과일 단물 드는 향기여름이 익어갑니다우릉우릉 소나기한차례 지나가면어린 나무 쑥쑥 키 크고짹째굴 참새 목 축일 때하늘 물 풍덩 뛰어든 구름쪽배 둥둥 밀고 갑니다. 어려운 과정 거쳐야 얻는 소중한 결실여름 한낮은 뜨겁다 못해 펄펄 끓는다. 그러나 그 펄펄 끓음 속에서 곡식이 익어가고 햇과일엔 단물이 든다. 그건 하나의 시련이다. 그렇지만 얼마나 고마운 시련인가. 세상만사치고 시련 없이 이루어지는 건 하나도 없다.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소기

문화 | 윤수천 아동문학가 | 2021-07-27 17:29

쪽지 이준관외출하는 엄마 주머니 속에넣어요“엄마, 빨리 와요”출근하는 아빠 가방 속에넣어요“아빠, 힘내세요”문 앞에 걸어놓은 우유 바구니 속에넣어요“우유 배달 아줌마, 고마워요”살짝 웃을 때면 생기는승희 보조개 같은예쁜 쪽지 “고마워요” 마음 담은 예쁜 쪽지때론 긴 말보다 짧은 글이 ‘마음’을 잘 전달해줄 때가 있다. 요 동시는 아이가 외출하는 엄마에게 그리고 출근하는 아빠에게 또 우유배달 아줌마에게 제 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것도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쪽지로 말이다. 외출하는 엄마에겐 일 빨리 마치고 오라고. 회사 나가는 아

문화 | 윤수천 | 2021-07-13 17:19

매주 월요일이면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학생이 넓은 운동장에 모여서 아침조회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아침조회에서 빠지지 않는 건 교장선생님의 훈화였다. 이 동시는 어느 기념일의 초등학교 아침조회 풍경을 보여준다.교장선생님이 교단에 오르더니 전교생에게 묻는다.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그러자 맨 앞줄에 서 있던 춘자가 얼른 손을 쳐든다. “저희 집 감자 캐는 날이어요.” 춘자네 집이 감자 캐는 날이라는 소리에 운동장은 어떻게 됐을까? 모르면 몰라도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발칵 뒤집혔을 게 분명하다.어디 학생들뿐이겠는가.

문화 | 윤수천 | 2021-07-05 18:32

동시 나무 윤금아 나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세월’이라 써보래요꽃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향기’라고 맡아보래요새들이 무슨 노래를 하는지?‘악보’라고 찍어보래요이러한 자연의 모습을 쓰면그것이 살아 있는 동시래요나무의 생각, 꽃의 말, 새들의 노래그보다 더 아름다운 시는 없대요.어린이 마음으로 지어야 맛이 나는 동시어떻게 하면 동시를 잘 지을까 묻는 어린이를 종종 만난다. 그런 어린이에겐 요 동시가 교과서다. 우리가 매일 보는 나무와 꽃 그리고 새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적으라고 한다. 그러면 그게 가장 좋은 동시란다. 옳은 말이다!

문화 | 윤수천 | 2021-06-15 16:24